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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지와 하우스푸어의 시대가 온다

 땅거지와 하우스푸어  


'땅 부자로 소문난 롯데그룹이 부동산을 판다' 는 기사가 신문 부동산면의 헤드라인을 장식합니다.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은 부동산투자의 귀재로 소문났습니다. 67년에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사옥 부지를 매입하고, 74년에는 서초동 부
지를 염두에 두고 롯데칠성음료를 인수했고, 81년에는 잠실 롯데월드 부지를 매입했으며, 87년에는 제2롯데월드 부지
를 매입하는 등 롯데그룹은 부동산 투자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2009년 4월 기준으로 롯데쇼핑이 소유 영업점
부동산 가격만 따져도 공시지가 기준으로 4조 6,6667억원이나 됩니다.
롯데그룹은 IMF외환위기 당시에도 부동산 자산만큼은 거의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YS정부 시절 엄청난 세금을 내면서
도 부동산을 팔지 않고 버틴 경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롯데그룹이 땅을 팔겠다고 나섰습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롯데마트가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해서 6,400억원
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물론 필요없는 '노는 땅'이 아닙니다. 경기 성남시 수내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분당점과 롯데마트 서울 도봉점, 구로점, 분당수지점, 부산 사상점, 전북 익산점 등 모두 현재 영업을 활발하게 하는 곳
입니다. 롯데그룹은 땅을 팔더라도 10년 이상 장기 임대계약을 맺고 영업을 계속하는 세일&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조
건으로 매각을 추진중입니다. 앞으로 롯데쇼핑을 비롯해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도 부동산 매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
려졌습니다.



 땅거지 시대가 온다  


롯데그룹을 위시해서 중요 재벌기업이 서둘러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닙니다. SK그룹은 최근
1년동안 약 2천억원 규모의 주유소 관련 부동산을 매각했습니다. SC제일은행도 최근 1년동안 세일&리스백 방식으로
은행소유 점포건물 96개 가운데 이미 27곳을 매각했고 앞으로도 추가매각을 추진중입니다.
애경그룹도 최근 1년동안 1,500억원의 부동산을 매각했고 이랜드도 8,3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세일&리스백 방식으
로 매각했습니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KT도 전국 콜센터 건물과 부지 등 3,000억원 규모의 보유 부동산 매각을 추진
중이며, KT&G도 1,000억원 정도의 유휴 부동산 매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땅부자 롯데그룹의 부동산 매각은 '부동산 불패 신화가 끝났다' 는 것을 의미하는게 아닐까요? 현재 롯데그룹의 경영
을 책임지는 신동빈 부회장은 한때 노무라증권에 근무하면서 일본의 부동산시장의 굴곡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경험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롯데그룹의 부동산 매각은 더이상 부동산 투자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석탄을 캐는 광부들은 갱도로 들어갈 때 카나리아를 데리고 갑니다. 카나리아는 이산화탄소에 민감하기 때문에 산소
가 부족해지거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금방 죽습니다. 카나리아의 죽음을 보고 광부들은 위험을 감지하고 미
리 피합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의 부동산 매각이 '부동산 불패 신화' 가 끝나고 이제 땅부자는 더이상 존재
하기 어렵고 땅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 땅거지가 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하우스푸어의 시대  

'하우스푸어'는 집이 없어서 가난한 사람이 아닙니다. '집을 보유하기 때문에 가난해지는 사람'을 말합니다.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집을 늘리고, 집을 2~3채 샀는데 집값은 떨어지고 대출금리는
오르는 바람에 앉아서 매달 몇백만원식 손해를 보는 사람이 '하우스푸어' 입니다. 그동안 판교 신도시, 강남 재건축,
도심 재개발딱지 등으로 재산을 모은 사람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집값도 더 비싼값을 주고 사려는 수요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가격이 하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우리나라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기존주택과 신규분
양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생겨난 '하우스푸어'는 수도권에서 약 95만가구, 전국적으로는 198만가구에 이른다고 주장
하기도 합니다. 현재 정부정책은 대출확대를 통해서 주택매입을 부추기기 때문에 앞으로도 하우스푸어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하우스푸어는 중산층의 몰락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대출을 받고 집을 무리하게 늘려가거나 2~3채 매입
하는 사람이라면 중산층 이상일텐데 이들이 하우스푸어가 된다면 중산층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우스푸어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지고 우리나라에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같은 금융위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1. 앞으로 주택가격은 인플레이션에 의한 하방경직성을 제외한다면 추가하락이 불가피합니다. 무리하게 집을 늘려
   가는 것은 재테크가 아니라 '하우스푸어'가 되는 함정입니다.
2. 땅부자는 더이상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개발경제가 일단락 되었기 때문에 돈을 땅에 묻어두고 얼마
   지나면 큰돈이 되는 시절이 지났습니다. 무리해서 땅에 돈을 묻어두는 것은 땅부자가 아니라 땅거지가 되는 합정
   입니다.
3. 물론 내집을 마련해서 주거를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활용할 계획이 없이 땅을 매입하는 것과 주거
   목적이 아닌 재테크 목적으로 집을 보유하는 것은 금융위기의 희생양이 되는 함정입니다.